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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생각정리

2021.10.21

by 두부자르르 2021. 10. 22.


벌써 개강한지 4일째다. 수업은 두개 밖에 없지만… 오늘은 영어 말하기 수업에 다녀왔다. 나름 일찍 도착했다 생각했는데 교실에 들어가니 자리가 거의 차 있었다. 결국 맨 앞 정 가운데에 앉았다. 정말 새파란 눈을 가진 교수님은 비머 리모컨을 못 찾겠다고 계속 교실 앞 쪽을 방황했고 결국 프로젝터를 켜지 못한 채 수업이 시작됐다. 말하기 수업답게 교과서가 거의 필요 없었다. 교수님이 화이트 보드에 단어를 하나 쓰면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옆 자리 친구와 짝을 이뤄 토론 하는 방식이었다. 옆 친구는 20살 경제학 전공 학생이었다. 마스크를 끼고 있는데다 서로 서툰 영어로 대화하다보니 소통이 원활하진 않았지만 몸짓과 사전의 도움을 받아 어찌저찌 얘기를 이어갔다. 첫 수업부터 생각보다 수준 높은 테마들이 주어졌다. 사회를 이루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사회정의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범죄 중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죄는 어떤 기준으로 형벌이 정해져야 하는지 등등...
그렇게 한시간 반이 훌쩍 지나가고 15분의 쉬는 시간이 시작됐을 때 옆의 친구와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본인을 스스로 sehr german 이라고 칭하는게 웃겼다. 한국 대해 아는 것이 정말 거의 없는 애였다. 한국어가 어떻게 들리는지 듣고 싶다며 아무 말이나 해달라길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알려줬다. 굉장히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듣더니 간신히 따라 해봤지만... 안녕, 고마워는 그럴듯하게 따라했다. 왜 이 수업을 듣는지 물으니 이번 학기에 듣는 4개의 전공 수업이 모두 온라인이라 세메스터티켓이 아까워 한 번은 학교 오는 수업으로 선택했다 한다. 얼마나 심심하면 두시간 걸려 학교에 오는 수업을 신청한걸까. 독일은 정말 지루하다고 하길래 니 말이 맞다고 거들어주니 예상 못했다는 듯이 웃으면서 되물었다. 서울에 비하면 적어도 이곳은 아주 잔잔하고 조용한 곳이라고 대답해줬다. 나중에 집에 가면서도 본인 사는 곳이 시골이나 다름없다면서 너무 심심하다고 강조했다.
생각보다 영어를 잘 하지만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학생들이 많았다. 나는 그 중에서도 엄청 버벅대고 머릿속 로딩도 느려서 처음엔 거의 독일어가 습관적으로 더 빨리 튀어나왔지만 그래도 막판엔 많이 나아졌다. 정말 쉬운 표현들도 하도 안 쓰다보니 떠오르질 않아서 난감했다. 두 개의 외국어가 내 머릿속에서 마구 뒤섞여서 어떤게 어느 나라 말인지 상관 없어지는 순간이 자주 왔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그래도 이 수업 나가면서 의도치 않게 들리는 영어에 관심도 많아지고 하겠지... 아마 내년 초에 런던에 한 번 갈 것 같은데 그 때 그래도 편하게 그곳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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