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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생각정리

2021.11.12

by 두부자르르 2021. 11. 13.

항상 바쁜 금요일이다. 오늘도 예상대로 바쁘고 체력적으로 힘든 날이었다. 날씨도 애초에 흐렸고 해도 빨리 지는 요즘이라 하늘이 내내 우중충했다. 헤드폰 끼고 버스를 탔는데 오늘따라 옛날에 즐겨듣던 노래가 정말 좋게 느껴졌다. 얼마전까지도 지긋지긋해서 더이상 못 듣겠다 생각했던 노래를 들으면서 마스크 속으로 슬슬 웃으면서 학교까지 갔다. 도착하니 아이들과 선생님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나도 얼른 합류해서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과 인사했다. 그 중 한 아이가 저번 주 아파서 못온거냐고 내 검지 손가락을 그 작은 손바닥으로 슬쩍 감싸쥐며 아직 어눌한 독일어로 떠듬떠듬 물었다. 마음이 녹는 것 같았다. 그 친구는 저저번 주 내가 학교에 나갔을 때 마침 개인 사정으로 못왔던터라 거의 3주만에 만난 것이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돌아가며 인사를 마치고 수업에 본격적으로 집중하려 하는데, 오늘따라 날씨도 안좋고 밖도 이미 어둑어둑해져서 그런지 뭔가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그래도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도와주고 마지막엔 동화책도 읽어주었다. 계절을 배우기 시작해서 각 시기에 맞는 나무 꾸미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이 서서히 한글을 배워가는 게 신기하다. 아무것도 안하고 매번 집에 가는 것 같은데 어느순간 알아듣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헤어질 땐 한 친구가 부모님과 교실을 떠나기 전 갑자기 달려와서 내 다리를 한 번 격하게 꼭 껴안고 돌아갔다.


벌써 겨울이 다 된 것 처럼 밖에 나오자마자 너무 추웠다. 안개가 껴서 어둡고 흐릿한 거리를 걷는게 기분 좋았다.
식당에 도착하니 또 단체 손님을 포함한 여러 손님들 리스트가 줄지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장님과 안부도 묻고 적당히 멍 좀 때리다 보니 손님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추가 주문 빈도도 훨씬 잦았고 테이블도 만석이라 굉장히 힘들었다. 중간중간 너무 바빠 서로 예민해져서 사장님이든 주방분들이든 약간 세게 말이 오고가기도 했다. 그 중 노인 네 분이 계셨던 테이블은 내가 주로 담당해서 맡았는데 정말 유쾌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농담도 많이 주고 받고 다른 테이블에 비해 잠깐이지만 이런저런 얘기도 나눴다. 식당을 나가기 전 사장님과 내 얘기를 하며 정말 귀엽다고 하셨단다.😉
마지막 손님들은 예약을 하고 왔는데도 자리가 없어 한참을 서서 와인만 마시다가 뒤늦게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그래서 특별히 영업이 끝난 시간 이후에도 식사할 수 있게 두었는데 덕분에 내 알바시간도 늦게까지 이어졌다. 사장님이 그 시급까지 다 챙겨주시니 할 말은 없지만...
여튼, 이제 좀 여유가 생긴 사장님과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컵을 닦고 집에 왔다.
내일도 아침 일찍 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지만 저번 주 학생 중 확진자가 생겨서 부득이하게 내 반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됐다. 온라인 수업은 처음이라 긴장되면서도 아침에 후다닥 버스타러 나설 일 없다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다. 학부모님들도 굉장히 비교적 신입인 나를 도와주시려 많이 배려해 주시고... 내일 하루도 적당히 바쁘고 적당히 편안하게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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