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바쁜 금요일이다. 오늘도 예상대로 바쁘고 체력적으로 힘든 날이었다. 날씨도 애초에 흐렸고 해도 빨리 지는 요즘이라 하늘이 내내 우중충했다. 헤드폰 끼고 버스를 탔는데 오늘따라 옛날에 즐겨듣던 노래가 정말 좋게 느껴졌다. 얼마전까지도 지긋지긋해서 더이상 못 듣겠다 생각했던 노래를 들으면서 마스크 속으로 슬슬 웃으면서 학교까지 갔다. 도착하니 아이들과 선생님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나도 얼른 합류해서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과 인사했다. 그 중 한 아이가 저번 주 아파서 못온거냐고 내 검지 손가락을 그 작은 손바닥으로 슬쩍 감싸쥐며 아직 어눌한 독일어로 떠듬떠듬 물었다. 마음이 녹는 것 같았다. 그 친구는 저저번 주 내가 학교에 나갔을 때 마침 개인 사정으로 못왔던터라 거의 3주만에 만난 것이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돌아가며 인사를 마치고 수업에 본격적으로 집중하려 하는데, 오늘따라 날씨도 안좋고 밖도 이미 어둑어둑해져서 그런지 뭔가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그래도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도와주고 마지막엔 동화책도 읽어주었다. 계절을 배우기 시작해서 각 시기에 맞는 나무 꾸미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이 서서히 한글을 배워가는 게 신기하다. 아무것도 안하고 매번 집에 가는 것 같은데 어느순간 알아듣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헤어질 땐 한 친구가 부모님과 교실을 떠나기 전 갑자기 달려와서 내 다리를 한 번 격하게 꼭 껴안고 돌아갔다.

벌써 겨울이 다 된 것 처럼 밖에 나오자마자 너무 추웠다. 안개가 껴서 어둡고 흐릿한 거리를 걷는게 기분 좋았다.
식당에 도착하니 또 단체 손님을 포함한 여러 손님들 리스트가 줄지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장님과 안부도 묻고 적당히 멍 좀 때리다 보니 손님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추가 주문 빈도도 훨씬 잦았고 테이블도 만석이라 굉장히 힘들었다. 중간중간 너무 바빠 서로 예민해져서 사장님이든 주방분들이든 약간 세게 말이 오고가기도 했다. 그 중 노인 네 분이 계셨던 테이블은 내가 주로 담당해서 맡았는데 정말 유쾌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농담도 많이 주고 받고 다른 테이블에 비해 잠깐이지만 이런저런 얘기도 나눴다. 식당을 나가기 전 사장님과 내 얘기를 하며 정말 귀엽다고 하셨단다.😉
마지막 손님들은 예약을 하고 왔는데도 자리가 없어 한참을 서서 와인만 마시다가 뒤늦게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그래서 특별히 영업이 끝난 시간 이후에도 식사할 수 있게 두었는데 덕분에 내 알바시간도 늦게까지 이어졌다. 사장님이 그 시급까지 다 챙겨주시니 할 말은 없지만...
여튼, 이제 좀 여유가 생긴 사장님과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컵을 닦고 집에 왔다.
내일도 아침 일찍 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지만 저번 주 학생 중 확진자가 생겨서 부득이하게 내 반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됐다. 온라인 수업은 처음이라 긴장되면서도 아침에 후다닥 버스타러 나설 일 없다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다. 학부모님들도 굉장히 비교적 신입인 나를 도와주시려 많이 배려해 주시고... 내일 하루도 적당히 바쁘고 적당히 편안하게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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