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알토 다리 위에서 본 풍경
우린 숙소로 다시 돌아가는 색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베네치아 섬은 모두 걸어 다닐 수 있는 크기여서 교통값도 많이 아끼고 길을 금방 외웠다.
걸어가던 중 발견한 젤라또 집에서 즉흥적으로 아이스 하나 사 먹었다.
남자친구의 요구로 상큼한 베리류 하나와,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아주 묵직한 크림류 하나.
직원 언니가 추천한 콘 속에 발린 초콜릿이 정말 농도 짙고 맛도 있었다.
일단 냄새가 비릿한 것이 수산시장의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우리 추측이 맞다면 오전에 장이 서고 이미 철수한 상황이었겠지...
하지만 그렇게 무작정 걷다가 이상하리만큼 수로를 건너는 다리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급하게 구글 지도를 켜서 확인해 보니 리알토 다리가 인간 다리로 건널 수 있는 유일한 다리였던 것...
이미 리알토를 한 번 건넌 우린 집에 가기 위해 왔던 길을 돌아 다시 그 다리를 건너가야 했다.
수상 교통수단인 '바포레토'로 가야 하는 구간을 구글맵은 포함하여 안내하고 있었지만 우린 그걸 무시하고 무작정 걸어가고 있던 것이다.
약간은 지쳤지만 그래도 여행이니까 드는 무한 긍정 마인드
덕분에 구경 실컷 했다...
그리고 숙소 코 앞에 있는 마트도 한 번 가봤다.
Despar라는 곳이었는데
내부가 크고 웅장해 박물관처럼 압도적인 분위기의 마트였다.
입장하자마자 우리 둘 다 입이 떡 벌어졌다.
마트라는 곳에선 난생처음 보는 분위기.....
마트가 큰 만큼 제품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 시간만 있다면 한 없이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잠깐의 휴식을 가진 후...
숙소에서 든든히 삼겹살을 해치우고 해지는 타이밍에 맞추어 산책을 나섰다.
햇빛이 달라지니 또 전체적으로 바뀌는 분위기에 한동안 넋을 놓고 주변 풍경을 바라보다 왔다.
조명이 켜지니 더욱 아름답다.
대성당과 바닷가 근처에 있는 카페에선 재즈 라이브 공연을 자주 하고 있었다.
낭만이란 이런 것이구나...
베네치아가 작은 섬이라는 게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골목마다 달라지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이렇게 걸어 다니며 모두 볼 수 있다니.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우린 숙소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선선한 밤공기인지
고개를 돌릴 때마다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
중간중간 멈춰서 사진 찍느라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밤늦게까지 불이 켜 있던 음료 가게.
낮에 지나다닐 때마다 직원들끼리 크게 노래를 부르며 시음을 여기저기 권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행복한 베네치아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고
다음날 우린 본섬 근처에 배로 닿는 무라노, 부라노 섬에 가보기로 했다.
일단 배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이 날은 전날보다 날씨가 더 좋았다.
대신 그만큼 햇빛도 강해서 모자와 선크림, 선글라스가 필수였다.
1일권을 끊고 싶었던 우리.
하지만 주변에 매표소가 보이지 않아서 근처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그 말대로 작은 다리를 건너자 티켓머신이 보였다.
본 섬 내부만 구경하기엔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웬만한 관광지는 닿을 수 있지만 우린 물 위까진 걸을 수 없는 인간이기에...
인당 25유로를 내고 1일권 티켓을 구매했다.
1회권은 9.5유로였지만
본섬 -> 부라노, 부라노 -> 무라노, 무라노-> 본섬
이렇게 적어도 배를 3번 이상 탈 우리에겐 비싸지만 1일권이 더 이득이었다.
약 20분 간격으로 오는 배를 타기 위한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 줄도 금방 길어졌다.
그 근처에서 우리에게 티켓머신 위치를 알려준 아주 우아한 직원 한 명이 그 적지 않은 수의 인원을 모두 컨트롤하고 있었다.
그 직원이 직접 줄 서 있는 사람들의 티켓을 모두 가져다 먼저 개찰구 기계에 태그 해 준 덕에 입장이 아주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방향을 잘못 잡아 앉아서 내쪽으로 떨어지던 뜨거운 햇빛...
그래도 많은 사람들 틈에서 앉을자리를 찾았다는 것이 럭키였다.
먼저 거치는 무라노 섬에서 사람들이 좀 내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탑승해서 당황했다.
햇빛을 제대로 받으며 하나 비어있던 내 옆 구석 자리에도 기타를 든 한 할아버지가 앉았다.
빛이 뜨거워서 그런지 가는 내내 머리를 수그리고 타시던 할아버지...
그렇게 대충 40분 물 위를 달려 드디어 부라노에 도착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 틈에 껴서 우리도 무사히 부라노 섬에 하차!
그리고 그렇게 그림 같은 부라노 섬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전에 이곳에 와봤다는 사실을 동시에 친구에게 전해 듣게 됐다.
'부라노에 이제야 드디어 와봤다'는 소식을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하니 어이없어하며 정정해 준 친구...
4년 전 베네치아에 왔을 때 무라노, 부라노 두 섬을 모두 방문해 수많은 사진들을 남겼던 나와 내 친구들.
왜 그리 별생각 없이 따라다니기만 했을까...허허🥹
여튼 이렇게 나쁜 기억력 덕에 그렇게 도착한 부라노는 참 새롭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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