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스러운 날씨로 맞는 아침

이 날도 낮부터 남자친구가 레슨을 받느라 학교에 가 있어야 했다.
리스트에 올라와 있던 '가봐야 할 전시' 중 선택을 받은 것은

요즘 판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터라 이 전시가 굉장히 눈에 띄었다.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 V&A는 전에 런던 여행을 왔을 때 가봤던 곳이지만 워낙 크기도 하고 상설전도 다시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주저 없이 이곳에 가기로 결정했다!


거대한 박물관 안에서 열리는 판화 전시를 찾아 다니던 중

지도가 말하는 대로 알음알음 따라가다보니 드디어 나온 전시!

교수님, 우리 반 애들이랑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시 자체는 크지도 않고 공간이 그렇게 눈에 띄지도 않았지만
작품 아래 소소한 작가설명도 잘 써있고 정리를 잘 해두어 편하게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목표로 한 전시를 모두 둘러 본 후 시간이 남아 상설전시를 이어 더 감상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레슨이 끝난 남자친구의 연락을 받고 미술관 안에서 만나 아트샵을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미술관에서 한류에 관한 특별 전시가 크게 열리고 있어 아트샵 안에도 한글이 적힌 기념품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었다.
하지만 우린 마땅히 살게 없어 한참 구경을 하다 빈손으로 나왔다.

너무 배가 고팠던 나를 데리고 남자친구는 소호로 갔다.
그곳에서 무엇을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마침 눈 앞에 있던 피자 필그림으로 들어갔다.
아쉽게도 그곳에서의 사진은 남은 것이 없다.
둘다 배가 고픈 상태로 들어가 오직 먹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피자는 끝 부분이 좀 탄 것 빼고는 맛있었고 우리 둘다 배불리 먹고 나왔다.

이 날은 저녁 여섯시에 화이트채플에서 열리는 여성추상회화작가들의 전시를 예매 해 두었기 때문에 그 전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피자를 배불리 먹고 나와서 어딜갈까 또 긴 고민을 하다가
남자친구가 찾아낸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로스팅 플랜트라는 곳이었는데, 커피 준비과정이 모두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신기한 곳이었다.
주문이 접수되면 원두가 담겨 있던 통에서 유리관을 통해 커피콩들이 자동으로 기계로 이동해 갈리고, 추출된다.
차갑디 차가운 하이 테크놀로지 에스프레소를 남자친구는 주문했고, 나는 온기 도는 사람이 과일을 직접 꺼내 갈아주는 스무디를 주문했다.

이곳에서 난 기절하듯 몇분정도 엎드려 잤다.
둘다 피곤에 절여져 좀비처럼 마지막 이벤트를 향해 길을 다시 나섰다.

이곳에서도 아주 짧은 표 검사를 하고 쥐죽은 듯 고요한 전시관에 입장했다.





회화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나오니 그 옆에서 작게 다른 전시도 오픈중이었다.

그 아래서는 한국계 캐나다인 작가인 Zadie Xa의 전시도 있었다.




전시를 모두 보고 나와 유명하다는 화이트채플의 북샵으로 향했다.
이런저런 예술에 관련된 책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그중에 우리 교수님이 참고 텍스트로 수업 때 갖고 왔었던 책도 있었다.


교수님도 이 곳에 왔던 것은 아닌지...
반가운 마음으로, 내가 사고 싶은 책은 고르지 못한 채 이번에도 빈손으로 미술관을 나왔다.
이 날은 이후에 무얼 했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
아마 너무 피곤했던 만큼 도착하자마자 씻고 기절해서 잤을듯...
전시 관람이 가득해서 바쁜 여행은 뿌듯하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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