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여행 세 번째 날.
이날은 판테온 신전에 가보기로 했다.
여전히 더웠던 날씨...


사실 판테온에 가기 전 미리 온라인으로 예매를 하려 했지만 결제 화면에서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면 넘어가기 어려운 창이 떠서 그곳에서 막혀 포기하고 무작정 나온 우리...
역시 유명지답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도 일단 줄에 합류를 했다.


줄은 생각보다 빨리 짧아져서 금방 앞으로 갈 수 있었지만 태양이 너무 뜨거웠다.
그늘이 진 구역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숨 쉬기도 힘들어 말없이 겨우 서 있었다가 결국 우산을 꺼내 썼다.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입구 오른쪽에 표를 끊는 곳이 있었다.
신속하게 네 명의 표를 구매하고 건물 더 깊숙이 들어섰다.

원래는 고대 로마의 모든 신을 위한 신전이었던 판테온은 7세기 이후 가톨릭교의 성당으로 쓰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것과 관련된 회화, 조각 작품들이 건물 내벽을 따라 주르륵 전시되어 있었다.


금방 둘러본 후 오는 길에 발견했던 또 다른 교회에 가보기로 했다.
바로 로욜라 성 이그나티우스 교회 (Church of Saint Ignatius of Loyola)



이곳엔 천장화를 자세히 보기 위한 큰 거울이 실내 한가운데 있었다.
사람들이 그 뒤로 줄을 길게 서서 한 팀 씩 차례대로 거울 앞에 서는데 그 옆에 돈을 넣는 곳이 있어 뭔가 했다.
알고 보니 몇 유로를 내면 천장화에 조명을 쏴주는...
기꺼이 돈을 쓰는 몇 관광객들 덕에 우리도 옆에서 콩고물 좀 얻어먹었다.
교회에서 한참 땀 좀 식힌 후 잠깐 밖 계단에서 쉬는데
갑자기 남자친구가 본인의 백팩 지퍼가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설마하며 확인해 봤는데
그곳에 들어있던 지갑이 귀신같이 사라져 있었다.
계속 등에 붙어 있던 가방에 누가 손을 댔을까...
사실 내가 로마 여행에 합류하기 전, 남자친구 부모님이 지하철에서 단체로 움직이는 소매치기 놈들에게 여권과 큰 금액의 현금, 지갑을 빼앗기는 바람에 며칠간 고생을 많이 하셨다.
특히 여권을 재발급받기 위해 로마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에 직접 가셔야 했다.
다행히 여행지를 이동하기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큰 계획에 차질은 없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충격이 컸던 지하철 소매치기 사건 이후 또다시 이런 사건이 생긴 것...
일단 다 같이 숙소로 급하게 돌아와 카드를 취소, 재발급 신청을 하고 없어진 영국 비자 카드 수습을 어찌해야 할지 한참을 서치 했다.
겨우겨우 나름의 방안을 찾아 영국 비자청에 직접 확인 전화까지 하고서야 상황이 일단락 됐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남자친구는 시내에 나가 슬링백 하나를 사서 가방의 보안을 더욱 강화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보르게세 미술관에 다녀왔다.


바우처를 통해 산 티켓은 입장 시간 10분 전에 미리 와서 수령해야 한다고 직원에게 큰 꾸지람(?)을 들었다.
그래도 무사히 입장


목이 아파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넉 놓고 감상했다.


감상에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이 특이하긴 했지만
나름 부족함 없이 구경하고 나왔다

몇 가지 귀여운 것들을 구매했다.
집에 돌아가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예약해 둔 바티칸 관광을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짐검사를 마치고 티켓을 받은 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다.

불행히도 박물관 내부는 너무 더웠다.
에어컨이 있는 듯 없는 듯...

그리고 나의 체력을 확 깎아 먹게 만든 곳

에어컨이 아예 없었던 곳...

수많은 상들이 있던 긴 복도였는데
쾌적한 상태였다면 너무 재밌게 봤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힘을 내어 다음 코스로

이곳엔 그 유명한 라오콘 군상이 있었다.

역시나 사람 많은 곳에 떡하니 서 있었다.
가장 유명한 그리스의 조각들 중 하나답게
실제로 보니 더욱 멋있었다.



거의 40도가 다 되어가는 날씨에 에어컨 없는 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니 정신이 점점 혼미해지던 나...
그중 사람도 없고 에어컨이 틀어져 있던 구석의 전시 방들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작은 피겨들도 마음껏 감상하고 에어컨 바람의 감사함을 느끼다 왔다.



지도들이 주르륵 전시되어 있던 곳도 지나고


그리고 고등학생 시절 윤리시간에 처음 보았던 아테네학당도 드디어 마주했다.

이후엔 현대 작품들의 전시도 이어졌다.

나가는 복도마저 웅장하다.

한참 전에 관람을 마치고 나와 계시던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어렵게 다시 상봉했다.

다들 지쳐버린 모습으로 집으로 향했다.

전날 저녁에 줄이 엄청 서 있던 젤라또 집을 하나 봐두고 이날 잠깐 들렀다.
여행 첫 젤라또였는데 피스타치오가 아주 진득허니 맛있었다.
귀가 후 저녁시간까지 휴식을 취하던 우리.
식사할 곳을 찾던 중 숙소 바로 옆에 있던 식당이 알고 보니 전통 있는 파스타 맛집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예약 전화를 했다.


특이하게 뚝배기 같은 곳에 파스타가 나왔다.
맛있게 식사하며 다 같이 그동안의 로마 여행의 회포를 풀었다.
너무너무 덥고 사고도 있었지만 그만큼 첫 여행지로서 임팩트가 아주 강했던 로마.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시원한 날씨 때’ 좀 더 많은 곳들을 편하게 둘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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