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속 아주 작은 도시 칼베!
그곳으로 장학금을 받아 International Wintercampus에 참여하게 되었다.
공고 메일을 보기 전에는 존재도 몰랐던 이 도시...
합격 소식을 받고 난 후 런던에서 노느라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독일에 돌아와 급하게 3일전부터 여행 계획을 세웠다.
일단 교통편 알아보기.

DB앱을 켜 마인츠에서 Künstlerstadt Kalbe까지 경로를 검색하니 적어도 세 번은 갈아타야 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적어도 세, 네 번을 갈아타 여섯 시간을 가야 하는 긴 여행...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거진 100유로 되는 이상한 기차표를 구매 했다.
게다가 이번 여행은 내 작업 몇가지와 재료도 들고 가야 했기에 짐이 상당했다.
와이파이도 없는 오래된 건물에서 머무는 만큼 난방도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겨울옷도 충분히 챙겨야 했고...
짐 싸는데만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렇게 출발 당일날 짐을 바리바리 들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초반부터 내 착각으로 기차를 잘못타는 바람에 꼭 타야하는 ICE를 놓칠 뻔 했다.
내가 타야 할 기차가 서야 할 시간에 온 어떤 다른 기차를 타버린 것.
독일 기차에 연착은 필수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다행히 돌아돌아가서 플랫폼을 빠르게 뛰어가 서있던 기차를 겨우 탔다.

이체를 탄 후 3시간 정도를 달렸다.
자리 예약 없이 무작정 탔지만 캐리어 보관하는 곳 근처에 빈자리가 몇 있어 그곳에 앉아 갔다.
테이블 자리에 앉아 갔는데,
건너편에 처음으로 나랑 같은 브랜드의 백팩을 메고 있던 여자 애를 봤고 그 아이가 떠난 후 한 이상한 할아버지가 앉았다.
본인 발을 복도쪽에 내놓고 앉아선 그 위로 캐리어 바퀴가 지나갔다고 이미 지나간 사람 등 뒤에 대고 '미안하단 말도 않고 가다니 당케!!!!!당케쉔!!!!' 소리를 지르고선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막 하더라...
그래서 완전 정신 나간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 외의 사람들에겐 친절하게 대하고, 청소원에게 쓰레기도 쓰레기통에서 직접 모두 꺼내 전해주고 내가 먼저 내리자 좋은 하루 보내라는 멘트까지...
사람은 이중적인 존재라는 말이 떠오르게 하는 아저씨였다.


볼프스부르크에서 환승 할 때까지 시간이 3-40분 정도 비어 역 안에 있는 베이커리에 잠시 들렀다.
생각보다 맛있었던 샌드위치를 후딱 먹어치우고 다시 기차에 올랐다.

그렇게 1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기차역은 Gardelegen.
이곳에서 버스를 두번만 타면 드디어 도착!

하지만 첫 버스가 너무 늦게와 두번째 버스를 못타겠다는 판단하에 제 2안 실시...
그 방법도 버스를 두 번 타야 하긴 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DB앱에서 여기서부터 교통권은 구매할 수 없길래
설마 하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는데
다들 종이 티켓을 기사님에게 하나하나 보여주며 타고 있었다.
나는 기사님에게 따로 행선지를 말하고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카드 결제가 안된다며 하는 말이 "우린 아직 거기까지 못 닿았어...ㅎㅎ"
진짜 내가 시골에 왔구나...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렇게 첫 버스를 타고 20분쯤 달려 마지막 환승지에 내렸다.

차가 간간히 쌩쌩 달리는 도로 한가운데 내려졌다.
이날따라 날이 맑고 너무 추워서 20분을 기다리는 것이 한 시간 처럼 느껴졌다.
배차간격이 두시간인 버스가 안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조금씩 들고...
하지만 무사히 버스가 왔다.
멀리서 열심히 달려오던 버스는 내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작은 봉고차 사이즈였다.
어떤 할아버지와 함께 탑승하여 10분 정도 뒤 목적지에 드디어 도착 했다.

정류장에 내려 아주 짧은 기쁨을 느끼고 다시 진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사무실까지 걸어가 문 앞에서 담당자 '코레나'를 만났다.
나를 보자마자 내 이름을 부르며 환히 맞이해 주셨다.
그 분의 차를 타고 다시 내가 버스에서 내린 곳으로 돌아가보니 그곳에 우리의 숙소가 있었다.
Post라고 불린다는 우리의 숙소.
숙소관리를 해주시는 분 (피터였나..?)과 짧은 인사를 마친 후 숙소 이용에 대해 설명을 듣고 키를 전해 받았다.
나는 공용 주방과 바로 연결 되어 있는 5번 방을 배정 받았다.

방이 내 예상보다 훨씬 넓고 깨끗해서 놀랐다.
소파도 두 개나 있다니, 내 마인츠 방보다 좋잖아...

숙소에 키를 받고 들어오니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캐리어를 열고 딱히 별 짐을 못 꺼낸 채로 소파에 누워 쉬다가, 한시간 뒤에 다들 모여 인사하는 시간을 가진다길래 급히 장을 보러 나갔다.

1-2분 정도 거리에 바로 마트가 있어 금방 다녀왔다.
다음날 아침에 먹을 것들을 간단히 사서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방에 돌아와 다시 누워서 쉬다가
10분 뒤 모임장소로 바로 나섰다.
숙소 건물 바로 옆이 갤러리였는데 그곳에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예술가들, 예술가들과 짝 지어 도움을 주는 지역 주민 버디들, 그리고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두 모였다.
나와 같은 참여자로는 아르메니아에서 온 리릿과 루시네, 네덜란드에서 온 소피, 중국에서 와서 독일에서 활동중인 르동, 베를린에서 온 팀까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을 빼고 총 여섯명이 있었다.
내 버디는 피터라는 풍채 좋은 할아버지 영어 선생님이었는데
간단히 돌아가며 소개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보니 지역 주민 버디들 중 80%를 차지하던 노인분들의 영어 수업을 직접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년에 10주년을 맞이한 이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도 이런 영어 수업 덕 같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 나누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저녁엔 좀 추웠지만 방에 있던 모든 담요를 다 덮고 자니 버틸만 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