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날 아침이 밝았다.
이 날은 Day ticket을 구매해 본격적으로 카셀 이곳저곳에 있는 전시를 보기로 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시내에 있는 루루 하우스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했다.
참고로 이날의 최고 기온은 34를 웃도는 찌는 여름날 그 자체였다...
첫 번째로 우린 시내에 있는 카셀 슈타트뮤지엄 (Stadtmuseum Kassel)로 향했다.
특이하게도 카셀박물관 절반 정도는 상설전시 그대로 두고 층별로 오른쪽에 있던 공간들을 도큐멘타를 위한 전시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우린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있는 상설전시를 도큐멘타 작품들인 줄 착각하고 보고 있었다...
이곳에 있던 작업들 중 인상 깊었던 것은 FAFSWAG의 사진, 영상 작업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원주민, 그리고 퀴어의 일반화된 이미지들이 섞여 작품 전반에 나타났다.
아오테아로아는 예술 단체와 Lumbung(이번 카셀 도큐멘타의 컨셉) 멤버가 속해 있는 FAFSWAG가 설립된 뉴질랜드 섬 국가의 마오리 용어이다.
카셀 박물관에서의 감상을 마친 후 우린 글로리아 키노(Gloria-Kino)로 향했다.
글로리아 키노는 1954년에 문을 연 독립영화관이다.
카셀에서 몇 없는 아트필름 상영관으로 도큐멘타 중에는 시간표 대로 lumbung 멤버와 아티스트들의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찾아간 우리는 결국 문 닫힌 건물 앞에서 돌아가야 했다.
아래의 링크로 들어가면 글로리아 키노의 상영 캘린더를 확인할 수 있다.
미리 확인하고 시간에 맞추어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https://documenta-fifteen.de/en/calendar/?venue_slugs=gloria-kino
Calendar - documenta fifteen
Overview of all events taking place as part of documenta fifteen and on the way to it.
documenta-fifteen.de
아쉬운 발걸음으로 새롭게 향한 곳은
WH22.
풀어서 쓰자면 베르너 힐퍼트 길 22(Werner-Hilpert-Strasse 22)로 단순히 전시실이 위치한 주소이다.
직전에 방문한 카셀 박물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으로 어두컴컴하니 거칠게 마감된 건물 외벽이 뭔가 으스스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알고 보니 원래 클럽으로 쓰이던 곳으로 카셀 안에서 밤문화를 즐길 수 있는 유명한 공간이라고 한다.
듣고 나서 확 이해됐다.
팔레스타인의 자체 통화를 개발하는 것과 관련된 The Question of Funding의 작업과 퀴어를 다룬 Party Office b2b Fadescha의 작업 등이 있었다.
공간 자체도 그렇고 작가들의 작업들이 밝은 느낌의 것은 아니어서 오래 못 있고 긴장한 채로 돌아다니다가 얼른 밖으로 나왔다.
이제 좀 지쳐가기 시작할 때 호텔 헤센란트(Hotel Hessenland)에 도착했다.
호텔 헤센랜드는 1951년 도큐멘타 설립자 아놀드 보드의 형제인 폴 보드에 의해 설계된 건물이라고 한다.
MADEYOULOOK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사람들이 그 작품 안에 편하게 머물고 있었다.
우리는 2층 난간으로 올라가 한 바퀴를 쭉 돌고 밖으로 나왔다.
다음으론 호텔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Hessisches Landesmuseum!
이때쯤 우린 이미 배고프고 지친 상태였다.
카셀도큐멘타.... 만만히 볼 것이 아니었어.
다행히 2층에 전시 공간에 FAFSWAG과 Pinar Ögrenci의 두 작업만 전시 중이었다.
간단히 작품을 감상한 후 다음 목적지로!
도큐멘타 덕에 알게 된 사실...
백설공주, 라푼젤 그리고 헨젤과 그레텔 등의 작가인 그림 형제의 박물관이 카셀에 있었다!!
신기하게 이곳에서도 도큐멘타가 진행 중이었다.
입구에서 뷔페 스티커 같은 입장권을 받고 우리도 천천히 안을 돌아보았다.
Alice Yard의 비디오를 비롯한 다양한 작업들이 원래의 박물관 전시와 잘 어울렸다.
다음으로 그림박물관 바로 옆에 있던 Museum für Sepulkralkultur.
단 두 작가의 작업들이었는데 생각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원하게 뚫린 전시 공간 안에서 큰 스케일의 작업들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에너지가 거의 바닥난 우리는 배를 채우기 위해 일단 다시 시내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지나쳐야 하는 지하도에도 Black Quantum Futurism이라는 팀의 전시가 하나 있다길래 한 번 지나가 보았다.
길고 좁은 지하도 길들이 만나는 가운데, 작게 뚫린 어두운 공간이 있었다.
그 안에서 관객도 참여할 수 있는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아쉽지만 우린 참여는 못하고 바로 돌아 나왔다.
왜냐면
배가 너무 고파서…
계속해서 시내 쪽으로 걸어와 한 베트남 식당으로 갔다.
PHỐ VẮNG이라는 곳으로 가격도 많이 비싸지 않고 맛도 있었다.
해장국 먹듯이 속이 풀리는 듯했다...
사장님이 현금 계산을 유도하긴 했지만
카드 계산도 가능하다.
그렇게 잘 먹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힘을 좀 낸 김에
카셀 가운데에 있는 강을 넘어가 꽤 멀리까지 가보았다.
지금까지 방문한 곳들은
시내에 몰려 있던 "Mitte" 구역 안이라면
곧 갈 곳은 "Fulda"로 묶이는 전시공간 중 하나였다.
1907년에 지어졌다는 이 다층 단지에
큰 규모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건물은 총 4층으로 되어 있었고
그 안에 11팀 작가의 작업들이 있었다.
사실 모든 전시를 다 방문하는 것이
이젠 불가능하다는 걸 느껴졌고
포기해야 할 곳들을 고르던 와중이었는데
이 공간에는 방문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이 한 곳에서만 꽤 오랜 시간을 보냈을 정도로 볼 것이 많은 전시였다.
하펜슈트라세 근처에 있는 Sandershaus에도 들렀다.
우연히 우리가 방문했을 때 전시공간 옆에 있던 호텔에서 야외 공연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잔더스하우스는 야외 전시와 작은 실내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저기 텐트들이 쳐 있었고 그 안에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들이 많이 쌓여 있었다.
우린 밖의 작품들을 위주로 보고 다시 다른 곳을 향했다.
길 건너에 바로 있던,
대망의 마지막 관람...!
이곳은 이번 도큐멘타 15를 위해 새로 개발된 버스/기차 부품의 회사 건물이라고 한다.
지하까지 총 3층으로 총 11팀의 작업들이 있었다.
이곳에도 흥미로운 작업들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의 눈에 띄었던 것!
도큐멘타에서 국립현대미술관과 자티왕이라는 아트팩토리가 '테라코타 프렌드십-우정에 관하여' 온라인 포럼을 연다고 한다.
메타버스 플랫폼과 서울, 카셀에서 유튜브 동시 중계를 한다고 하는데 반갑기도 하고 흥미로웠다.
그렇게 마지막 관람까지 잘 마무리했다.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나올 때쯤엔 갑자기 흐려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서둘러 숙소 근처로 향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수고한 우리에게 마지막 포상을 주기로 했다.
언제나 어디서나 맛있는 마파두부와 꿔바로우…
다친 적 없는 영혼이 치유되는 그 기분
그렇게 우린 숙소 근처에 있던 Shan Dong이라는 중식당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며 카셀 도큐멘타의 감상을 나누었다.
사실 도큐멘타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이 무작정 온 것이라 도착해서 뒤늦게 계획을 짜고 돌아다닌 것이 좀 아쉬웠다.
생각보다 전체 규모가 커서
우리에겐 이틀의 방문도 부족했는데
아마 조금 여유롭게 둘러보려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방문하기 전 이번 도큐멘타의 컨셉과 전시 구성을 미리 익힌다면 훨씬 알찬 감상이 가능할 것 같다.
그래도 독일에서 머무는 동안 5년에 한 번 열리는 도큐멘타를 와 본 것에 감회가 새로웠다.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다음 도큐멘타 16도 기회가 된다면 또 방문하고 싶다.
그땐 한국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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