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14
난 지금 공항이다. 아침부터 비자 연장을 위해 외국인청에 다녀왔다. 사실상 슈페어콘토까지 완벽하게 모두 준비했지만 긴장이 되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오늘자 늦은 저녁 비행기 표를 끊어 놓고 당일 아침에 비자 연장을 받으러 가는 이 대담함... 어느 순간부터 이 도시도 스티커 비자 대신 카드로 발급하기 시작하며 실물카드 수령까지 한달 넘는 시간의 공백이 생겼다. 그래서 그 사이에 외국을 나가려면 추가비용을 내고 임시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해 안되고 정말 할 말 많은 처리 방식이지만 하라면 해야지 어쩌겠어.. 원래 수령 전 한 달 동안 외국을 나갈 일이 없으면 굳이 임시비자가 필요 없지만, 난 항상 이렇게 영국을 가려고 하면 비자 연장 기간이랑 기가 막히게 겹쳐서 난감한 일이 생긴다. 그래서 이번엔 슈페어콘토 없이 연장에 도전해 보려다가 여행일정이 정해지고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 뒤 잔말 없이 슈페어콘토 계정을 열었다. 눈물 나는 개설비와 유지비... 그래도 별 문제 없이 집에서 폰으로 찍은 증명사진도 통과된데다가 내 비자 상태를 증명해주는 종이 서류까지 받았으니 개운한 기분으로 든든하게 비자청을 나왔다.
학교는 방학을 맞았다. 방학 한 달 전부터 뭔가 확실하게 잡히는 이유 없이 바빠지기 시작해서 지금 정점이다. 새로 반을 옮긴 뒤 한 학기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다양하고 많은 일정들이 있었다. 근교 전시도 쾰른, 프푸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고 파리도 처음 가보고... 이렇게 정신 없게 느껴지는 데에 박물관 전시 수업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교수의 안식년이 다다음 학기로 정해지며 갑자기 전시 일정이 당겨졌다. 4월까지는 작품이 마무리 되어야 한단다. 그나저나 내 졸업전시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학교 일정 외에도 그만 둔 다른 학교에 대리로 수업도 두 번 정도 나갔고 이런 저런 장학금도 찾아서 신청해보고 카셀 도큐멘타 룸붕 멤버였던 작가의 리소그래피 워크샵도 참여하고 한 친구와 둘이서 그룹전도 해보자고 다짐도 하고... 아는 언니 생일파티도 다녀오고 같은 식당에서 알게 된 친구가 곧 한국어학원을 다닌다길래 이후에 언어교환도 하기로 했고 직원들 회식도 어제 했다. 신청했던 장학금 중에선 칼베라는 독일의 작은 예술 도시에서 진행되는 겨울캠프에 선정되었다. 런던에서 독일로 돌아가서 3일뒤에 다시 짐을싸고 먼길을 떠나야 한다. 캠프에서 돌아오면 벌써 3월 중순인데 이후에도 그만둔 학교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특강을 나가기로 했다.
벌써 방학이 다 끝난 것 같아서 좀 슬프다.......
이번 런던 여행은 혼자 돌아다닐 일이 많을 것 같은데 미리 이런저런 전시 일정을 알아봐 놔서 좀 설레기도 한다. 처음으로 은행에서 유로를 파운드로 환전도 해서 지갑에 작은 돈도 챙겨놨고 독일 은행 카드 외국 사용 제한도 풀어놨다.
공항 오기 전에 좀 자고 왔는데도 나른하다. 방금 금값 공항 샌드위치를 해치워서 그런가. 보딩 두시간 반 전에 모든 검사를 통과해서 지금 발 받침 있는 반 누워의자(?)에 늘어져 있다. 이제 한시간 정도만 버티면 게이트 오픈이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