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 3
파리에서의 세 번째 날이 밝았다.
우린 전날 저녁 잠들기 전에 열심히 구글링 해서 후기가 좋은 브런치카페를 찾아냈다.
쿠파라는 곳인데
베트남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라고 한다.
카페 내부는 초록색 톤으로 맞춰 아기자기하게 인테리어 되어 있었다.
메뉴판을 받고 아리송한 느낌으로 주문한 것이 파스타여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금방 손님으로 가득차 북적였던 카페 안에서 잠깐이지만 나름 아늑한 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셋째 날 첫 단체 일정은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관람이었다.
루브르보다 관대한 오르세는 만 30세까지 무료입장을 허해주어서 우리 모두 기분 좋게 들어갔다.
이번 관람으로 처음 알게 된 여성 작가였는데 재밌게 잘 보고 나왔다.
그 옆에선 뭉크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마침 시간이 남았고 첫 입장 때보다 대기 줄이 줄은 것을 보고 얼른 보고 오기로 했다.
여태 방문했던 전시 중 최고로 관객 밀도가 높았다.
그림이 좋아 그 관객을 뚫고 하나하나 보고 나오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뭉크전도 보고 나와서
마지막으로 어딜 가볼까 고민을 했다.
다시 모이기로 한 시간이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아서
선택을 해야했다.
고흐를 포함한 유명한 작가들의 유명한 작품이 많았지만 결국 내가 보기로 결정한 것은
클로드 모네의 대성당
다른 인상주의 작품들도 너무 좋았다.
전시관을 나오니 다들 사진을 찍고 있길래 나도 홀린 듯 한 컷 찍었다.
미술관을 나와 교수님이 추천하는 작은 전시로 향했다.
작은 갤러리 두 곳을 방문한 뒤 교수님 개인 일정으로 우린 잠시 흩어지기로 했다.
그 시간 동안 흥미로운 것(?)을 하라는 교수님의 말에 따라 우리는
전형적인 관광객루트를 타기로 했다.
먼저 파리에 다녀온 친구들의 무용담에 따라 소매치기를 경계하며 걸었지만 생각보다 설문조사꾼, 에펠탑키링 판매꾼들이 없었다.
지나가는 동안 딱 한 사람이 설문조사 해달라며 말을 걸었지만 무시하니 쉽게 포기하고 돌아섰다.
우린 에펠탑 전경이 잘 보이는 곳에 가서 원 없이 사진을 찍고 왔다.
신명 나게 찍고 있으니 몇 사람들이 찍어달라 부탁하길래 열심히 찍어주기도 했다.
우린 에펠탑이 더 잘 보이는 근처 다리를 건넜다.
에펠탑 보기 미션을 마친 우린 급격히 허기가 져서 배를 채울 수 있는 카페를 찾아갔다.
잠시 찬바람을 피해 배도 채우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이곳저곳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교수님과의 약속시간이 되어 받은 주소로 갔다.
이 날은 교수님이 출판을 맡은 글의 매거진 출판 기념 파티가 있었다.
소소하게 교수님의 지인 대여섯 명과
우리 학생들이 모였다.
일식당에서 나와 작별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우리 다섯이서 마지막 밤을 기념하기 위해 간단히 와인 한 잔을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마인츠로 돌아가는 날 아침...
마지막쯤이 되어서야 알게 된 사실
숙소 근처에 유명한 빵집과 디저트 집이 모여 있었다.
우린 숙소에서 나와 바로 앞에 있던 빵집에서 각자 먹을 것들을 구매했다.
난 크루아상과 마카롱을 샀다.
어쩌다 보니 마인츠에 돌아와서야 열어볼 수 있었는데 한참 뒤에 맛보았는데도 정말 맛있었다.
호스텔 조식에 나오는 크루아상은 가짜였어...
우린 다시 다 같이 모여 전날 급하게 정한 마지막 전시투어를 위해 미술관으로 향했다.
전날 일식당에서 뽑기로 결정된 전쟁여성사진작가들의 전시였다.
하지만 갑자기 이 날 아침부터
내 몸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졌고
일정의 마무리까지 겨우 따라다녔다...
전시관에서도 가장 일찍 보고 나와
홀에 계속 앉아 모두를 기다렸다.
이 몸살은 파리에서 돌아온 후 더 심해져서
며칠을 앓아누워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 우린 룩셈부르크 공원까지 걸어가서 잠깐 앉아 마지막 소회를 나누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교수님은 파리에 더 머물기로 해서 우리 다섯이 기차를 타고 다시 마인츠로 돌아왔다.
첫 파리여행이 학교에서 간 덕에 아주 알차고 큰 문제없이 마무리되어서 좋았다.
막판에 컨디션 난조로 많이 힘들긴 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경험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예상치 못한 즐거운 시간도 보내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파리에 대한 좋은 기억만 남기고 돌아왔다.
다음엔 정말 여행으로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