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자르르 2023. 1. 9. 08:23

본격적인 파리 전시 투어 첫날이 밝았다.
공기는 전 날보다 더 찬 듯했다.

숙소 근처 지하철역에서 보이는 낭만적인 풍경

이날도 추웠지만 하늘은 흐렸다.

말로만 듣던 찌린내 나는 지하철을 지나....
튈르리 정원을 가로질러 갔다.

이날 첫 단체 일정은 루브르에 하고 있는 특별전을 관람하는 것이었다.
미술관을 가기 위해 사람 없는 쓸쓸한 튈르리 정원을 지났다.
생각보다 컸다.

정원 한 쪽에선 크리스마스 마켓이 준비 중이었다.
정원에서 만난 청둥오리
파리에서 수십번 외쳤던 "저것이 말로만듣던!!"

쉬엄쉬엄 정원을 걷다보니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미술관 앞에 먼저 도착해있던 친구들을 만나
교수님을 기다렸다.

우린 전날 교수님이 미리 예매한 루브르 티켓을 메일로 받았기 때문에 피라미드 앞에 길게 줄 선 사람들을 보고
'우리처럼 예약해오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석게도....
내 운명이 될 줄 모르고

그렇게 줄을 서게 된 우리

알고 보니 미리 예약을 해도 줄을 서야 했던 것이었고
우리도 몇십 분을 기다려 겨우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큰 관문을 통과한 우리는 건물 안에 있던 표 검사에서 예상치 못하게 또 막혔다.
알고 보니 교수님이 예약한 우리의 티켓이 나이 제한이 있던 것.

검사원은 왜 우리의 티켓이 무료냐 물으며 우리 앞을 막았고
어리둥절한 우린 상황 설명을 하다가 우리 나이가 문제였구나...를 깨닫게 되어 다시 매표소 쪽으로 내려갔다.

실물티켓을 얻게 되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 긍정적인 우리

힘겹게 얻게 된 입장 자격증
난 루브르미술관이 당연히 처음이었기에 상설전을 먼저 간단히 둘러보기로 했다.

정신 차려 보니 관람을 끝내고 다시 모이기로 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있었다.
아쉽게도 상설 전의 5분의 1도 못 본 것 같지만 돌아 나와
원래 우리의 목적이었던 특별전쪽으로 내려갔다.

특별전 'Les Choses' 우리말로 하면 '것들'

정물을 소재로 한 회화 위주의 전시였다.

달리의 그림과 교과서에서 한 번쯤은 봤던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그림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 특이한 맛

그리고 다음 약속 전 간단히 미술관 식당에서 샐러드로 배를 채웠다.


다시 모이기로 한 시간이 되어 교수님을 제외한 우린 아래층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러다 나를 포함한 총 세명의 루브르 첫 방문 학생들은 '온 김에 모나리자를 보자'는 목표가 갑자기 생겨 교수님이 오기 전 모나리자를 찾아 떠났다.

모나리자 근처에서 헤매고 있을 때 갑자기 교수님의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 약속 시간이 촉박하다며...

그 얘기를 친구들에게 전한 뒤 코 앞에서 포기하고 돌아가려 할 때 갑자기 한 친구가 찾았다고, 여기 있다고 외쳤다!

우리 셋다 만족스럽게 돌아왔다.

우리 모두 아주 뿌듯한 얼굴로 멀리서 인증샷을 찍었다.

그렇게 루브르에서 나온 우린 본격적인 갤러리 투어를 시작했다.
총 5~6곳을 걸어서 돌아다닌 것 같다.
대부분의 갤러리들이 늦게까지 열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날씨도 추웠고 많이 걷느라 힘들었지만 곳곳에 숨겨져 있는 아주 흥미로운 전시들을 찾아다는 것이 좋았다.

중간중간 파리에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하던 건물들
하루종일 같이 다닌 동료들...
투어 막판의 나

길고 긴 투어를 끝낸 우린 감상을 나누기 위해 잠시 근처 카페에 들어왔다.

파리에 있는 동안 유난히 많이 마신 코코아와 친구가 그린 나 

따뜻한 코코아,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파리에 출발하기 전부터 교수님이 제안한 '다 같이 한국식당 가기'를 실행했다.
난 내 최애인 뼈다귀해장국을 주문했다.
다행히(?) 다들 고기를 먹어서
주문하는데 생각보다 수월했다.
소주도 나눠 마시고 즐거웠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우리 룸메들은 마트에 들러 작은 야식거리를 샀다.

밤에도 낭만적인 숙소 앞

숙소에 돌아와 사온 주전부리와 함께 파리에서의 두 번째 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