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자르르 2022. 10. 10. 20:36


남자친구가 런던으로 돌아가고 그 당일,
나 역시 급하게 싼 캐리어를 들고 공항으로 나섰다.

원래 남자친구는 독일에서 4일 전에 런던으로 돌아갔어야 했지만 예상치 못한 독일 철도회사의 엄청난 일 처리 때문에(마인츠 편 참고) 비행기를 다시 예매했다.

우리가 같은 비행기를 타지 못한 것은 비행기 표 값 때문...
너무 급하게 바꾼 탓에 남자친구는 나보다 한참 이른 새벽 7시 비행기를 타야 했다.

레일타고 터미널2로

아침에 그를 보내고 한숨 돌린 뒤
늦은 오후에 나도 공항으로 갔다.

비행기에서 옆 자리 앉은 독일 아주머니가 말을 걸기 시작하더니 오는 내내 와인까지 사줘서 말동무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왔다.
헤드폰 한 번을 못 써보고 런던 히드로에 도착...

 

도착 후 첫 끼

남친 집 근처 와가마마에서 라멘 먹었다.
가운데 교자는 정말 이상했다... 다신 안 시켜 먹을 맛
그 외 내 라멘과 남자친구의 커리는 먹을 만했다.

사실 남자친구도 내가 런던에 들어간 날 아침에 본인 집에 처음 가보는 것이었다.
한국과 독일에 있는 사이에 플랫메이트들이 이사를 가 놓은 것....
그래서 아직 맡겨 놓은 이삿짐도 집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고 이제 막 본인 방을 처음 마주한 상황이었다.
방 정리를 마치기 전에 일단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근처 웨이트로즈에 갔다.

영국에선 모든 것이 독일보다 비쌌다...
모두 담고 나니 40파운드 넘게 나왔던 듯

 

독일에선 정말 보기 힘든 크리스피크림

 

마트에서 나오자마자 남자친구의 이목을 집중시킨 도너츠가게...
참지 못하고 글레이즈드 몇 개 사 왔다.

기내에서 감질나게 하는 티렐즈 한 봉지를 못 잊고...

군것질거리들

길 걷다가 본 참신한 차 번호판
날씨가 좋았다

런던에서 1주일치 교통권을 끊고 여기저기 최대한 돌아다니려고 했다.

색 조합이 너무나 아이스크림

v&a 도 다시 갔다.

전시는 안 보고 아트샵만 구경하다 왔다
그리고 의외로 런던에서 먹은 유일한 버거

집 근처에 있던 파이브가이즈도 갔다.

솔직히 저것만 먹어도 배불러
영국에도 있는 쌀 뻥튀기

독일에선 rice waffle이라 하는데 여긴 rice cake이라 한다.
입 심심할 때마다 먹었다.

냉장고 보드도 꾸미고...

 

한 날은 윌이라는 친구가 칼 가는 것을 보여줬다.
한때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친구라 그런지 대단해 보이는 칼이 몇 있었는데 돌아가며 정성스럽게 돌에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참 보고 있으니 나도 해보게끔 해줬는데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하면 할수록 뾰족한 칼날에 집착하게 됐다.

냉소바 만들어 먹기

윌과 다른 룸메이트 친구 앙투안과 함께 냉소바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윌이 비건이라 쯔유를 사용하지 못하는 난관이...
하지만 집에 있는 간장과 윌이 직접 우린 다시다물을 이용해 꽤 비슷하게 만들어냈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너무 맛있어서 독일에 돌아와서도 몇 번 해 먹었다.

테이트브리튼 가는 길

날 좋은 날 테이트 브리튼도 가봤다.
매번 테이트모던테이트모던만 외치다 처음 가본 테이트 브리튼.

보기만 해도 배부른 스콘

들어가면서부터 에너지 바닥이었던 우린 뮤지엄 카페로 바로 향했다.
일단 에너지 좀 재충전하고 돌아다니기로...

전시도 재밌었다
본인들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멍하니 바라보는 두 남자

이 집에 놀러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을 때
전 집과 달라진 쓰레기 수거일 때문에 날짜를 혼동해 거대한 쓰레기봉투를 집에 일주일간 더 두어야 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쓰레기 안에 있던 핑크 솜사탕 같은 곰팡이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순간 역겨운 냄새가 부엌을 금방 채웠다.
다들 소리 지르면서 일단 건물 밖으로 옮겨 놓고 지나다니면서 볼 때마다 인상 쓰게 되었다는...

그 이후로 다들 강박적으로 수거일을 챙기게 됐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