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셀 도큐멘타 - 2
카셀 도큐멘타의 메인 건물이라 해도 될 정도로 정말 거대했다.
Dan Perjovschi 라는 작가의 작업이 건물 기둥에 이번 도큐멘타 주제를 소개하며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는 건물로 들어가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전시실 입구 쪽은 한마디로 화려하고 어수선했다.
지금까지 방문해 본 여러 미술관과 갤러리들과는 거리가 먼 전시였다.
사람들이 앉고 만지고 옮겨 놓은 작업들이 별 제재 없이 자유롭게 널부러져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 저곳 설치된 작품들을 직접 만지고 체험해보면서 축제에 온 듯 즐거워했다.
마치 모두를 위한 큰 놀이터 같았다.
프리데리치아눔에서 도큐멘타의 본격적인 분위기를 맛 본 후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도 지도도 안 보고 사람들을 따라 가다보니 다른 전시관이 등장했다.
사실상 통해 들어갈 수 있었던 통로를 지나치고
우리는 두 번째로 도큐멘타 할레라는 전시관에 들어갔다.
이 곳은 아홉번째 도큐멘타를 위해 지어진 건물로
이번 도큐멘타에서는 다른 전시관들과는 다르게 정적인 작품들을 위해 유럽식 하얀 벽으로 준비되었다고 한다.
인상적이었던 건 직접 보드를 탈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사람들이 만져보고 사용해 볼 수 있는 작업들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여유롭게 앉아 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도큐멘타 할레에 와서야 서서히 도큐멘타의 큰 주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번 열다섯번째 도큐멘타의 컨셉이 'Lumbung'이라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어로 벼 보관 장소라는 말인데 사회의 공익을 위해 저장된 쌀을 보관해 두는 헛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전쟁, 차별과 같은 사회문제와 밀접한 주제를 갖고 있으며 사람들의 참여와 소통을 중요시하는 작업들이 많았다.
그렇게 우린 두번째 전시까지 모두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오토네움(Ottoneum)으로 향했다.
오토네움은 독일에서 최초로 지어진 극장 건물로 현재는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한다.
오토네움 자체가 큰 공간은 아니었지만
자연을 주제로 한 차분한 작업들이 있기엔 적당한 전시실처럼 보였다.
자연사박물관이라는 현재 건물 용도에 어울리는 작업들이었다.
한 쪽에선 한국 그룹작가 '이끼바위크르르'의 영상작업이 틀어지고 있었다.
전쟁 후 버려진 동굴 이미지들이 담긴 비디오 작업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첫날의 관람을 마쳤다.
세 곳 밖에 못 돌아봤지만 이미 지쳐버린 우리...
밖으로 나와 걷다보니 한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감을 따라 그쪽으로 가보니 역시나 음식과 술을 팔고 있었다.
그렇게 해가 다 지고 사람들이 모두 집에 갈 때까지
첫 감상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