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생각정리

2022.04.24

두부자르르 2022. 4. 25. 05:57

런던에 다녀온지 벌써 5일 째이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독일에 도착한 날 집을 풀자마자 학기 오프닝에 갔다. 누가봐도 지친 몰골로 뒤늦게 학교에 들어서니 내 친구들이 바로 날 알아봤다.

오랜만에 보는 내 교수님과 발랄한 손 인사를 했다. 막상 1대 1로 대화하면 어색한 사이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면 너무나 정다워지는 전형적인 교수 학생 관계... 그리고 바로 집에 돌아와 빨래도 했다. 먼지로 뒤덮인 런던에서 입고 돌아다녔던 옷들을 한번에 빨아 너는 순간 마음이 개운해졌다.

아날로그 카메라 첫 수업도 다녀왔다. 선물로 우연찮게 받은 카메라가 여기까지 오다니. 그때까지만해도 과외 학생에게 1주일간 빌린 카메라가, 내가 이베이 경매까지 직접 참여해 손수 카메라를 구매하게 되는 것까지 되리라곤 예상 못했다. 정말 뭐든지 일단 저지르고 봐야할 일인가 보다. 미래 일은 방향과 정도 그 어느것도 가늠할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남자친구가 준 스마트 전구도 설치했다. 방 색 하나 바꾸는 것으로 엄청난 변화가 쉽게 주어지다니 이만한 가성비 인테리어가 없는 것 같다. 

오랜만에 알바도 나갔다. 학교 수업은 마침 이번 주 방학이라 잘 쉬었다. 친구 말대로 일을 하자마자 독일에 돌아온 것이 바로 실감 났다. 사장님은 오랜만에 온 나를 정말 반가워했다. 배고프다하니 퇴근길에 닭볶음 요리도 포장해주셨다. 다다음주부턴 일주일에 세번씩 나와달라 부탁하시는데 고민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프랑크푸르트에 전시를 보러 다녀왔다. Portikus라는 갤러리였는데 알고보니 혼자 프랑크푸르트에서 여행 중일 때 우연히 방문했던 곳이었다. 그 전날 사진 수업에서 좋은 사진전이 있다며 추천 받은 것이 바로 그곳에서 하는 전시였다. 안그래도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독일인 친구가 전시 보러 오게 되면 같이 보러가자 말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같이 가게 됐다. 가는길에 말로만 듣던 규방이라는 팥빙수 카페도 지나쳤다.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사람이 가득이었다. 

전시는 재밌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갤러리가 이런 공간이었나 싶을 정도로 색달랐다. 바로 전날 수업을 들은 영향 때문일진 몰라도 전보다 사진작업이 흥미롭게 보였다. 나는 어떤식으로 찍어봐야할지 생각하며 보게 되더라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옷장 정리를 했다. 사실 해야할 일은 따로 있지만 미루고 미루다 보니 다른 일들을 자꾸 먼저 하게 된다. 그렇게 평생 안 하던 옷장 정리를 하게 됐다.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옷 중에 존재조차 잊게 되버린 옷들이 꽤 있었다. 그 중 두 개는 바느질로 새로 수선 했고 하나는 버리기로 했다. 

어제 독일인 친구와 강변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 친구와 내 지금까지의 인생을 비교해보며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얼른 흘러가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