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자르르 2022. 4. 22. 00:42

4월 3일 일요일
여유롭게 싸 둔 짐을 모두 들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향했다.
전 날까지 알바를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늦은 짐을 부랴부랴 쌌다.
공항엔 마스크를 벗고 있는 사람이 꽤 많았다.
게이트에선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탑승을 시작했다.
나는 탑승 번호 9번으로 가장 마지막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한 시간 반 비행 치고 꽤나 든든했다.

작은 비행기 안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하필 세 줄 가운데 끼어 가만히 거의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갔다.

british airways를 타고 오면 만나게 되는 히드로 제 5 터미널

공항에 마중 나온 남자 친구와 매 전처럼 극적인 상봉을 한 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지하철을 타러 갔다.
독일에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카드를 찍거나 표를 구매하는 일이 전혀 없었는데, 영국은 한국처럼 오이스터 카드를 충전해 타고 내릴 때 찍어야 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남자친구가 살고 있는 셰어하우스에 도착했다.
그 집엔 이미 다른 친구의 친구들이 방문 중이었고 난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기도 전에 처음 보는 인물들에 둘러 쌓여 영어를 해야만 했다.
안 그래도 먼 여행으로 피곤했는데 갑자기 이상한 책을 하나 펼치더니 돌아가며 읽기 시작했다.
트럼프에 관한 이상한 책이었다.
돌아가면서 한 페이지씩 읽으며 웃었다.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와 독일에서 온 다른 한국 친구 둘을 만나기 위해 웨스트필드로 향했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영국에서의 첫 외식인 GBK 버거

이미 여행 중이던 친구들은 겨우겨우 식당으로 찾아왔다.
테이블마다 붙어져 있던 큐알코드를 통해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었다.

저번 여행 때 제대로 못 먹어본 블루치즈 버거

안 그래도 허기져 있어서 그랬는지 첫 입을 먹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같이 시킨 맥주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먹을수록 버거 안에 소스가 골고루 안 스며들어 있었는지 퍽퍽해져서 끝까지 힘겹게 다 먹었다.

화려한 저녁의 웨스트필드

바로 다음날, 넷이서 함께 런던에 있다는 수목원 Kew Garden에 가기로 했다.
하늘이 흐렸지만 우리가 이동 중에 다행히 비가 내리진 않았다.

표 너무 예쁘다

우리는 학생 할인으로 9파운드에 입장했다.

흐린 하늘 때문인지 무슨 일인가가 벌어질 것 같았던 풍경


넓디넓은 정원 안에 커다란 온실 건물들이 몇 개 있었고 우리는 그중 가장 큰 두 건물에 들어가 봤다.

2층 난간으로 올라 갈 수 있다.

야외 정원도 그렇지만 실내 온실도 굉장히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최근에 다녀온 프랑크푸르트 수목원보다 스케일도 크고 더 깔끔한 느낌이다.

가득한 초록색들

야외 정원까지 간단히 둘러본 뒤 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원래는 정원 안에 있는 카페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려 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이제 더 이상 요리는 제공을 안 한다길래 아쉬운 발걸음으로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결국 우린 웨스트필드에 있던 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됐다.

칙칙해보이지만 굉장히 맛있었던 팟타이
초라한 플레이팅 치곤 역시 맛있었던 그린커리

다들 콜라를 그 어느때보다 시원하게 마셨다.
급하게 배를 채우고 다음 일정을 위해 움직였다.
내가 머물게 된 집에 같이 살고 있던 친구들이 매주 펍 퀴즈를 간다 했다.
우리도 초대받은 겸 호기심에 다같이 가보기로 했다.

왠지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네스

퀴즈를 시작할 시간이 되자 테이블마다 문제지가 배부되고 우리는 머리를 맞대어 답을 내갔다.
간단한 상식 문제들이 많았고 다행히 나도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가운데서 사회를 보며 문제를 내던 아저씨가 인상적이었다.

친구들과도 헤어져서 우리는 따로 좀 걸어왔다.
그렇게 길고 긴 여행 둘째날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