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3

사실 저번주에 주짓수 첫 수업을 가야 했지만 남자친구의 방문과 다른 스케줄로 인해 자연스럽게 못가게 되었다.
오늘은 여유롭게 일어나서 샌드위치를 간단히 만들어 먹고 커피까지 내려 마신 뒤 선물 받은 기타로 짧은 연습까지 마쳤는데도 한낮이라 여유로운 마음으로 쉬다가 저녁 주짓수 수업을 다녀왔다. 해는 이미 5시 반에 다 져서 하늘은 깜깜해졌고 길거리에나 트람엔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뿐이었다. 웬만한 가게들도 문을 닫고 깜깜해진 도로를 달려 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내려서 건물을 찾아 꽤 걷다가 도착했다고 느껴서 앞에 모여있는 무리에 주짓수하러 온거냐 물어봤는데 당황스럽게도 내가 생각한 무리가 아니였다. 그 두 친구가 지도를 보고선 어떻게든 길을 알려주려 최선을 다해 설명을 해줬다. 나는 독일어로 묻고 그 친구들은 영어로 대답한게 아이러니였지만. 의문을 가득 안고 그 친구들이 알려 준 길을 따라 가니 어둠 속 풀밭 위에 어두운 무리가 있었다. 다행히 이번엔 맞게 찾아갔다.
그렇게 어둠속에서 10분 넘게 체육관 문이 열리길 기다리면서 옆 친구와 간단히 얘기를 나눴다. 이번 학기에 입학한 신입생 친구였는데 한 학기에 검도, 아이키도, 주짓수까지 총 세개의 수업을 듣고 있었다. 다 일본 무술이네?라고 물었더니 본인이 그쪽을 좀 좋아하는 것 같다고 부끄러워하면서(??) 대답했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이 열리고 다들 줄을 길게 서서 한 명씩 출석체크를 하며 도장으로 들어갔다. 정말 사람이 많았다. 들어가서 절반정도가 도복으로 갈아입길래 옆에 역시 도복을 입은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초반엔 본인도 개인 운동복을 입고 왔다고, 나중에 서서히 받게 된다고 말해줬다. 귀엽고 친절한 친구였다. 양말도 벗고 시계도 벗고나서 준비를 다 마쳤다. 그런데 갑자기 다들 우르르 매트를 바닥에 깔기 시작하길래 나도 따라서 매트를 집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무거워서 제대로 들기도 어려웠다. 다들 두개씩 집어서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턱턱 놓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정말 운동 좀 열심히 해야겠다...
매트가 다 깔리고 가운데 선생님 두분이 서서 수업을 시작하기 전 인사 하는 법과 간단한 규칙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선생님 둘을 가운데 두고 동그랗게 넓게 서서 워밍업 운동을 시작... 그동안 집에서 혼자 하던 근력 운동들이 아주 집중적으로 휘몰아치듯이 진행됐다. 다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심하게 빨개졌다. 매트 위를 기어서 한바퀴 돌고, 앞으로 굴러서 한바퀴 돌고, 대각선으로 굴러서 한바퀴 돌고. 정신없이 시키는 대로 하고나니 물을 마시는 시간이 와서 미친듯이 입에 물을 들이부었다.
그 후 본격적인 기술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옆에 있는 친구와 뒤에서 누군가 습격했을 때 제압하는 방법을 여러번 실습해봤다. 둘다 초보자라 처음엔 제대로 자세도 못잡고 무슨 춤 추는 것처럼 우스운 모양만 나왔지만 반복해서 연습하다보니 꽤 그럴듯한 상황이 연출이 됐다.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다른 사람을 막고 제압해 본 것이 처음이라 처음엔 정말 어색하긴했다. 갈수록 익숙해져서 그 친구와 신나서 돌아가며 공격하고 막는 연습을 여러번 했다. 그리고 정말 갑작스럽게 수업이 마무리 됐다.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힘들고 재밌는 시간이었다. 다시 처음처럼 매트를 정리하며 공간을 정리하는데 역시나 후들거리며 겨우 옮기고 있자 주변 친구들이 고맙게도 많이 도와줬다. 잔디밭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가 머리 위에 올리고 이동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잠깐 나도 올려봤는데 목이 부러질 것 같은 무게여서 금방 포기했다. 다시 양말도 신고 시계도 차고 옷도 입으면서 도복친구와 첫 수업 감상도 나누고 남은 물도 마시고 나서 상쾌하게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