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라켄 - 4
쉬니케플라테에 다녀와서 이대로 숙소에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너무 아쉬워서...
우리가 구매한 티켓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다른 액티비티를 찾다가, 브리엔츠 호수에서 유람선을 무료로 탈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곧 비를 쏟아낼 것 같은 하늘이었지만 일탄 실행에 옮긴 우리...
미스트 비가 좀 흩뿌리더니 해가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정처없이 배 위에 떠 있다가 목적지를 정했다.
바로 Iselwald!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라고 하는데
우리 중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서 큰 감흥 없이 일단 사람들을 따라 내렸다...
사실 그곳도 사람 사는 조용한 동네라서 아주 짧게 둘러본 후 다음 배를 기다리며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인 후 카페에서 나와 다시 돌아가는 배를 탔다.
마트에 옐로 커리 페이스트를 팔길래 숙소에 돌아와 후딱 요리했다.
어쩐지 커리는 요리하는 동안 입맛을 점점 잃게 되지만
생각보다 요리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다음날
한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예매한 패러글라이딩 시간에 맞추어 아침 일찍부터 센터 앞으로 모였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가장 유명해 보이는(?) Paragliding Interlaken.
망설이다 직전에 결정을 내린 탓에 남은 시간이 이른 아침 7시밖에 없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본부 앞에 모여 설명을 간단히 듣고 다같이 셔틀에 몸을 실었다.
차 안에서 같이 날아다닐 전문가 뽑기를 했다.
차에서 내려서 매칭된 전문가와 같이 출발지까지 아주 짧은 하이킹을 했다.
아저씨는 독일에서 미술 공부중이라는 내 얘기를 듣더니, 독일에서 미술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되냐고 시니컬하게 물었다.
걔네가 뭘 아냐며...
어쩌다보니 두 번째로 날게 된 우리 팀.
충분히 긴장할 새도 없이 금방 낙하산이 몸에 연결되고 있었다.
파트너 아저씨는 이륙할 때 끝까지 발을 구르라고 매우 강조했지만
이전의 비로 살짝 젖은 잔디 위에서 미끄러져 그만 중간에 발을 헛디딘 나...
하늘에 뜨면서 아저씨한테 짧고 굵은 꾸지람을 들었다.
아주 위험할 뻔했지만 내 뒤의 전문가 덕에 어찌어찌 하늘에 뜨게 된 우리.
영상을 따로 남기진 않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그 순간 위에서의 장면이 아주 선명히 머릿속에 남아있다.
주변의 산과 강 풍경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겁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아저씨가 "빙글빙글?"이라고 정확히 한글로 물었고 조금만 부탁한 덕에 맛만 봤다.
8자를 그리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 급 멀미가 심하게 났다...
그렇게 한참을 바람을 맞으며 떠다니다 정확히 약속한 시간이 될 때쯤 착륙 준비를 했다.
또다시 엄중한 목소리로 땅에 발이 닿을 때 넘어지지 말고 열심히 달리라는 아저씨...
자신은 없었지만 일단 알겠다고 했고, 결국 넘어져서 우당탕 쿠당탕 어찌어찌 요란스레 땅에 닿았다.
하늘에서 잠을 다 깨고 맑은 정신으로 내려와 짝이었던 전문가와 작별인사를 했다.
내 인생에 또 융프라우를 바라보며 스위스 하늘을 날게 될 날이 올까
그리고 그날 오후의 또 다른 큰 스케줄.
융프라우에 오르기
긴 여행의 마지막 공식 스케줄이었다.
동신항운에서 구매한 티켓으로는 융프라우에 한 번 무료로 다녀올 수 있다.
대신 시간대를 정해 예약을 미리 했어야 했다.
가는 길에 두 번 정도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정신을 바로 차리고 확인하며 이동했다.
정말 타는 내내 말도 안 되는 풍경이 펼쳐졌던 곤돌라
정말 아찔했다.
아마 독일인일 것으로 추정...
곤돌라에서 내려 마지막 기차를 타기 위해 아이거글레쳐 역에서 잠깐 대기했다.
융프라우에 내리니 잘 마련된 실내에 이미 준비된 코스가 짜여 있었다.
다들 융프라우에 올라 신라면을 먹는 광경이 참 별났다.
물론 우리도 너무나 맛있게 금방 해치웠다.
아쉬운 점은 날씨...
구름이 잔뜩 껴 주변의 풍경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실내 코스를 따라 이것저것 구경하며 시간을 잘 보냈다.
마지막엔 줄 서서 스위스 국기와 사진도 찍었다.
융프라우를 떠나기 전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하기...
그렇게 짧고 아쉬운 융프라우 방문 후 다시 기차에 탔다.
그렇게 다시 인터라켄에 돌아오니 날씨가 좋아졌다.
여행의 마지막 저녁 식사로 라클렛을 먹었다.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