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라켄 - 2
인터라켄에서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시내에 있는 큰 인터라켄 기념품 샵 2층에서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동신항운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길래 다 같이 그곳으로 향했다.

동신항운 홈페이지에서 티켓을 신청하면 현장에서 티켓을 발권하는데 필요한 서류들을 메일로 보내준다.
주변에 프린트할 곳을 찾지 못한 우린 발권 창구에 부탁하면 인쇄까지 해준단 글을 보고 무작정 그곳으로 찾아갔는데...
직원의 다음부턴 (그 다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꼭 미리 뽑아오라는 한소리를 듣고 무사히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스위스 독일어는 독일의 독일어와 정말 많이 달라서 알아듣기가 정말 어려웠다.

인터라켄에서의 첫 본격적인 여행지는 바로 베른.
받은 티켓으로 베른 왕복 기차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한 시간 좀 넘게 달려 베른역에 도착.

남자친구의 누나가 교환학생으로 있었다던 베른 대학교 캠퍼스를 잠깐 구경하기로 했다.

사실상 캠퍼스 투어는 금방 끝이 났고
시내 쪽에 있다는 '곰 공원' Bärenpark에 슬슬 걸어가 보기로



길을 걷다가 소리 없이 바로 뒤까지 와있던 버스를 보고 놀라 피해 준 적이 두 번 있었다.
정말 쥐 죽은 듯 다니던 버스...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쫙 갈라져 길을 터주었다.

이 니데크 다리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경관이 정말 아름다웠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곰 공원이 보였다.
내 예상과는 달리 교묘하게 잘 숨겨진, 생각보다는 큰 공원이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숨겨져 있는 곰들을 보기에 쉽지는 않았지만 동물에게는 그나마 좋은 환경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곰에 관련된 상식들이 적힌 표지판을 읽으며 아래 강가로 내려갔다.
이곳에서 어머니가 아침부터 숙소에서 싸주신 감자가 들어간 토스트로 점심을 해결했다.
정말 맛있게 먹고 다시 돌아다닐 에너지까지 풀로 채웠다.

곰공원 바로 근처에 있는 Altes Tramdepot 맥주 브루어리에 화장실이 개방되어 있어 잠깐 들렀다.
사람들이 가게에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얼마나 맛있는 맥주이길래... 하지만 정신 차리고 옆에 있던 아이스크림 가게로 만족하기로 했다.

랜덤 하게 골랐던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엄청난 경사(개인적인 의견)를 올라 로젠가르텐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날씨가 나쁘지 않았던 것도 큰 몫을 했다.
공원 잔디밭에서 잠깐 간이 캐치볼을 하다가 다시 돌아왔다.
시내로 돌아가서 짧은 구경을 이어갔다.



베른에서의 짧은 투어를 마치고 다시 인터라켄으로 가기 위한 기차를 탔다.
사람이 많은 기차라 자리를 못 잡아 기차 내 마련된 식당칸에 작은 간식을 주문하고 앉아 갔다.
인터라켄 시내 마트에서 태국 커리 페이스트를 종류별로 팔길래 오늘 저녁은 이것을 사 해 먹기로 결정했다.

과장 조금 더해 파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맛이었다.

이날은 동신운항을 통해 구매한 티켓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날!
그린델발트에서 여러 액티비티를 해보기로 했다.

인터라켄에서 그린델발트까지는 약 삼십 분 정도가 걸렸다.

그린델발트에 도착하니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다.



눈앞의 풍경이 정말 비현실적이라 느껴질정도로 아름다웠다.


우리 팀은 운 좋게 우리 가족끼리만 탑승했다.

구름 낀 게 살짝 아쉬웠지만 케이블카를 타며 보는 풍경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을 정도로 정말 좋았다.


먼저 피르스트에 내려 주변 여기저기에 있는 소들을 구경했다.


구름이 깔린 산의 풍경에 여기저기서 울리는 워낭 소리가 잘 어우러져 더 묘한 분위기를 냈다.
그리고선 곧장 옆에 있던 클리프워크로 향했다.
사실 다리를 건너려고 입장할 때까지만 해도 잠시 후의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눈 앞 가득한 안개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겁 없이 발을 내디뎠던 것도 있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철제 바닥이 안개로 미끄러워져
안 그래도 겁이 잔뜩 난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걷는 내내 풍경 감상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겁을 먹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갑자기 안개가 짙어지기도 했다. (변명 맞음)
중간에 정말 말 그대로 봉우리 두 개 사이에 놓인 공중 다리를 건널 땐 오금이 저리다 못해 뒷목이 뻣뻣해졌다.
어렸을 때 아빠 따라 건넜던 어느 출렁다리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