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자르르 2023. 8. 16. 03:03

우리 여행에서 나름의 철칙이 있었다.

외식은 하루 한 끼만 하기 

 

남자친구네 부모님이 한국에서 반찬을 넉넉히 가져오신 덕에 가능했던 플랜...

나야 남자친구는 워낙 밍밍하고 별 것 없는 유럽 생활식에 맞춰 있어서 별 문제없었지만, 그의 부모님은 너끼한 외국 음식을 연달아 먹는 것에 힘겨워하셨다. 

우린 그 옆에서 말 그대로 맛있는 콩고물을 잔뜩 얻어 먹었다.

 

그리고 한 번은 가야 했던 아시아 마트

오빠 소주 네이밍은 정말 별로다

피렌체에서 한국식품점을 못 찾아 중국 마트에 다녀왔다.

 

가죽이 유명한 도시답게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죽냄새가 코를 찔렀다.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금방 나왔다.

 

그리고 스테이크를 한 번은 먹자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 집 근처의 정육점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 앞 손님 도그

이곳에서 일단 미래 식사를 위해 스테이크용 고기 두 덩이를 샀다.

그리고 갑자기 닭요리 등장

그날 저녁은 부모님이 닭도리탕을 해주셨다.

얼마 만에 맛보는 진짜 한국의 맛인지...

정신 못 차리고 과과과식을 해버렸다.

 

이날 이후 내 밥공기에 담기는 밥의 양이 눈에 띄게 늘었다.

마트에서 항상 새로 보이는 맥주를 하나씩 사왔다.

맥주치고 꽤나 비쌌던 이놈

 

그 생각 싹 날려버릴 만큼 모두를 만족시켰다.

결국 나중에 또 사 마셨음.

 

 

그다음 날은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가는 중 발견한 레푸블리카 광장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원래 버스를 타고 가려했지만 남자친구의 설득과 때마침(?) 오지 않는 버스로 인해 걷기로 결정...

하지만 그 덕에 두오모 성당도 구경했다

풀네임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그리 넓지 않은 골목을 두고 거대하게 자리 잡은 성당을 보자마자 감탄이 나왔다.

 

비 오는 날에도 수많은 투어 관광객들이 그 앞에 서 있었다.

남자친구가 좋아하던 각도의 대성당

성당 외벽의 옥색과 하얀색이 깔끔하면서도 오묘하게 독특한 조합을 이루고 있었다.

문 앞의 철창이 감상에 너무나 방해가 됐다...

그리고 두오모 성당 바로 옆에 있던 동쪽 청동 문인 천국의 문.

알고 보니 이 문의 원본은 두오모 성당에 안치되어 있어 우리가 보는 것은 복제품이라고...

그렇게 걷고 걸어 도착한 박물관

이곳은 남자친구가 너무나도 가 보고 싶어 했던 곳이라 나도 사전정보 없이 일단 동행했다.

이집트 문명 덕후가 되어가는 그...

입구에 친절히 내부 지도가 준비되어 있다

미리 예매한 티켓을 확인하고 입장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곳엔 에어컨이 없었고,

이상하리만큼 체력이 벌써 바닥 나 있던 나는 들어서자마자 후덥지근한 공기에 짓눌려 의자에 앉아 일단 체력을 보충해야 했다.

체력 보충 후 슬금슬금 구경 시작
2층 전시관 복도에서 보인 풍경

2층에 올라가니 시원한 바람이 창문을 통해 솔솔 들어왔다.

그렇게 시작된 쾌적한 관람

영어 설명이 거의 없어서 꼼꼼한 감상이 어렵긴 했지만 

2층 복도에 있는 작은 피규어 장들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른 유명한 미술관, 박물관에 비해 사람이 없어 좋았다
그리고 슬슬 보이는 이집트 유물들

 

그들의 주사위에선 어쩐지 6을 만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리고 남자친구를 흥분시킨 미라의 방

전시의 피날레다웠다

우린 지도를 잘못 보고 헤매는 바람에 이 방 먼저 들어가 버렸다.

약간 서늘해지는 공간...

실제 미라들이 좌우로 쫙 전시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기 겁이 날 정도로 무섭기도 했다...

 

새로 마음 달래기

 

그렇게 전시를 모두 보고 나왔다.

 

에너지 채우러 옴
또 아페롤과 함꼐

테라스에 앉아 식사를 하다 보니 해가 떴다.

다음 일정은 피렌체 미술 아카데미 방문

역시나 미리 예매해 둔 아카데미 미술관으로 향했다.

지정한 시간보다 15분 전에 도착하여 근처에서 서성 거리다가 정각에 줄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열리지 않는 줄...

직원은 아직 기다리라는 말만 되뇌었다.

 

하필 갑자기 해 쨍쨍에다가 그늘도 없는 골목이라 머리에 찬물을 뿌리며 버텨야 했다.

마시려 산 물을 두피에 양보하게 된...

겨우겨우 입장

해 쨍쨍 야외에서 30분 넘게 기다려 겨우 입장했다.

이럴 거면 그들은 왜 시간제 예약을 받았는가...

태양열 때문인지 열이 잔뜩 받았지만

실내 들어가자마자 온몸에 쏟아지는 에어컨의 찬바람.

 

여느 박물관이나 미술관보다 훨씬 쾌적한 실내에 분노는 잊은 듯 사라졌다.

 

류트 전공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맞춘 전시

입구 쪽 고음악 악기 전시가 조그맣게 있길래 잠깐 들렀다.

그리고 본격적인 미술 전시 감상 시작

종교화가 걸린 방을 지나니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긴 복도 공간에 다다랐다.

돌에서 꺼내지는 중

그리고 그 복도 끝에 있던 이 미술관의 주인공

바로 다비드상

그 주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뒷 모습 감상을 위한 벤치도 있었다

실제로 보니 손과 머리가 참 크던 다비드 상.

다비드 주변에는 복원이 완료된 회화 작품들이 전시 중이었다.

각 그림들 아래에 상세한 설명과 복원 과정까지 그림으로 나와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던 방

그 옆에 있던 19세기의 방.

19세기 아카데미아 교수들의 조각품이 있는 전시실이었다.

로렌초 바르톨리니의 조각 작품들을 하나하나 보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교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방이라도 눈을 뜰 것 같은 여인

그렇게 이어지는 모든 전시방 관람을 모두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비현실적인 골목끝 두오모

부모님의 심부름을 하는 길에 플라잉 타이거에 들러 오재미와 대왕 집게를 구매했다.

오재미는 순전 우리의 캐치볼을 위한 장난감용으로 샀다.

집 근처에서 젤라또도 또 한 번 사먹고

집에 도착해 쉬는 사이 남자들이 전에 정육점에서 산 고기를 구웠다.

정말 맛있었다...

뭐든 배우는 남자친구는 또 유튜브에서 새로운 고기 굽는 법을 발견해 대단한 고기 굽기를 해냈다.

 

그렇게 아주 만족스러운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