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자르르 2023. 3. 16. 08:38

둘째 주 화요일엔 소피를 도와 일찍부터 숙소를 나섰다.
독일어를 거의 못하는 소피와 메탈 작업 도움을 주시기로 한 분 사이에서 통역을 해주기로 한 것.
 
10시쯤 작업실에 도착해 인사를 나누고 해야 할 일들을 정하는데, 소피가 원하는 기계가 없어 작업 여건이 안된다는 슬픈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소피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오던 피터라는 주민 분이 소피가 필요한 기구들을 갖고 있다는 희소식이..!
잠시 후 찾아온 피터 아저씨를 따라 시골에서나 보던 수레를 소피가 끌고 피터 아저씨의 집으로 다 같이 향했다.

아저씨네 마당에 있던 엄청 크고 단단해 보이는 닭 세마리

나와 소피가 닭을 보고 놀라자 피터는 
"내가 베지테리안인게 쟤들한테는 참 다행이지"
라며 껄껄 웃었다.

예술가이자 영어 선생님인 피터 아저씨의 작업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소피가 필요한 도구를 모두 수레에 담아왔다.
천하장사&균형감각 맥스 소피는 혼자서 그 무거운 짐들을 혼자 끌고 갔다.

돌아가는 길에 마주한 아기자기한 다리들

작업실에 돌아와 마지막으로 더 필요한 것들을 정리했다.
보호안경과 장갑이 필요했다.
넷이서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봐도 찾을 수 없던 물건들..
결국 카티의 도움을 받아 Kulturhof라는 곳까지 가게 되었다.

비가 추적추적 오고 있었다

이곳은 여름에만 쓰이는 곳으로, 회의실 같은 공간과 넓직한 공연장 그리고 여러 재료를 모아두는 창고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겨울엔 난방 문제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참 아쉬웠다.

2층에 나 있던 아찔한 문
이 곳 화장실들은 하나같이 다 깔끔하다

쿨투어호프 중간에 있던 화장실 자리에는 곧 피자 화덕이 들어온다 했다.
피터 아저씨가 짓는다고 ...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

완벽하진 않지만 보호경과 그나마 두꺼웠던 장갑을 찾았다.
그 사이 소피는 여기저기 창고를 뒤져 재료로 쓸 오래된 철 기둥을 몇 개 찾아왔다.

쿨한 시범 보여주시는 중

돌아와서 이런저런 스킬을 간단히 익히는 소피를 구경했다.
떠나기 전 소피의 권유로 나도 검은 마스크를 쓰고 철기둥 납땜(?)도 해봤다. 아찔하고 재밌었음. 

꽤 시간이 흐른 뒤 작업실로 컴백

칼베의 돌들을 그리고 있던 중 건너편 방 루시네가 찾아왔다.
잠시 몇 분만 내줄 수 있냐며, 본인의 그림의 모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림모델 경력 수십 시간인 나는 15분 동안 꿈쩍 않고 완벽한 모델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

인스타스토리에 올린 후 인기가 좋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돌아와 더 그렸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순간 귀가했다.
방 안에서 쉬다가 부엌이 소란스럽길래 나가봤더니 소피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팀과 카티가 그 옆에 앉아 각자 노트북으로 무언가 하고 있길래 나도 내 것을 가지고 자연스레 착석했다.
그리고 칼베편 블로그를 쓰고 있을 때 팀이 보고 눈을 번쩍이며 갑자기 카카오 아이디를 만들었다.
그리고 첫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 주었다. 너무 웃긴 상황. 한참 웃었다.
 

카티의 냄비 옮기기

이날은 소피가 라자냐를 요리했다.
큰 냄비 두 개에 재료들을 쌓아 오븐에 넣으려 했는데 남은 하나가 작은 오븐에 들어가질 않는 것이다.
카티가 팔을 걷어붙여 좀 더 작은 냄비를 가져와 뒤집어 옮기는 작업을 했다.
예쁘게 쌓아 올린 모습은 좀 망가졌지만 그래도 꽤 성공적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아 맞다. 저 못생긴 식탁보는 관리자분의 부탁으로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다음날 작업실에 가기 전 마트에 들렀다.

뭔가 야무진 축구공 초콜릿

작업실을 가던 중 다른 색의 고양이를 같은 장소에서 발견했다.

전에 만난 흰검이에 비해 경계가 심해서 일부러 멀리 돌아갔다.
뒤돌아보니 나를 빤히 보고 있던 녀석

가는 길 자료 수집

커피와 잔을 들고 작업실에 직접 찾아와 준 팀과 잠깐 수다를 떨다가 소피네 방에 놀러 갔다.

그곳에서 리릿도 만나고 귤도 얻어왔다
숙소에 돌아가기 전 한 컷

다가오는 토요일의 마지막 전시를 위해 막판 스퍼트를 달렸다.
2주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나보다 더 오래 머무는 친구들이 2주면 돌아간다는 이야길 듣고 너무 아쉬워하는 모습에 내가 더 아쉬워졌다.